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a7m4나 a7c를 구매하고 첫 렌즈를 고민하고 계신가요? 수많은 렌즈 추천 글 속에서 ‘이 렌즈 하나면 끝’이라는 말에 ‘탐론 28-200mm F2.8-5.6 Di III RXD’ 렌즈를 장바구니에 담아두셨을지 모릅니다. 28mm 광각부터 200mm 망원까지 아우르는 엄청난 화각, F2.8로 시작하는 밝은 조리개. 이보다 완벽한 ‘전천후 렌즈’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입문자가 첫 렌즈로 선택하면 안 되는 이유가 숨어있습니다. 마치 처음 운전을 배우는 사람이 모든 기능이 다 들어있는 대형 SUV로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편리할 것 같지만, 오히려 운전의 기본기를 익히는 데는 방해가 될 수 있죠. 이 글은 여러분이 혹시 잘못된 선택으로 사진의 즐거움을 놓치게 될까 봐, 안타까운 마음에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탐론 28-200, 입문자에게 추천하지 않는 3가지 이유
- 입문자가 사용하기엔 28mm 광각은 생각보다 넓지 않아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F2.8-5.6 가변 조리개는 배경 흐림과 저조도 촬영에서 입문자의 의도적인 사진 표현을 제한합니다.
- 하나의 렌즈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습관은 각 화각의 특성을 배우고 사진 실력을 향상시킬 기회를 앗아갑니다.
매력적인 올인원 렌즈의 유혹
탐론 28-200mm F2.8-5.6 Di III RXD (A071) 렌즈가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심지어 숙련된 사진가들에게도 사랑받는지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 렌즈의 매력을 알아야, 역설적으로 입문자에게 왜 독이 될 수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렌즈로 모든 상황을 끝내다
이 렌즈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코 ‘올인원’이라는 점입니다. 28mm라는 준광각부터 200mm 망원까지, 그야말로 ‘렌즈 하나만’ 들고나가도 풍경, 인물, 스냅 촬영 등 거의 모든 상황에 대응이 가능합니다. 특히 짐을 최소화해야 하는 ‘여행용 렌즈’로는 이만한 선택지가 없죠. 소니 a7m3, a7m4와 같은 풀프레임 미러리스에 마운트해도 무게나 크기가 부담스럽지 않아 뛰어난 휴대성을 자랑합니다. 여러 렌즈를 교체하는 번거로움 없이 줌 링 하나만 돌리면 되니, 셔터 찬스를 놓칠 확률도 줄어듭니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전천후 렌즈’, ‘슈퍼줌 렌즈’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기대를 뛰어넘는 화질과 성능
과거의 슈퍼줌 렌즈들은 편리함을 위해 화질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탐론 28-200은 다릅니다. 최대 광각인 28mm에서 F2.8이라는 밝은 조리개를 시작으로, 전 구간에서 기대 이상의 선예도와 해상력을 보여줍니다. RXD(Rapid eXtra-silent stepping Drive) 모터를 탑재하여 자동 초점(AF) 성능 또한 빠르고 조용합니다. 소니 미러리스의 자랑인 Eye-AF나 동체 추적 기능도 원활하게 지원하여 동영상 촬영이나 브이로그 촬영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67mm의 대중적인 필터 구경은 CPL 필터나 ND 필터 같은 액세서리를 활용하기에도 용이하며, 간이 방진방적 구조는 아웃도어 환경에서의 신뢰도를 높여줍니다. 이런 뛰어난 성능 덕분에 ‘가성비 렌즈’로 불리며, 중고 가격 방어도 잘 되는 편입니다.
입문자에게는 독이 되는 편리함
이렇게 매력적인 렌즈가 왜 입문자의 ‘첫 렌즈’로는 부적합하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그 편리함이 사진의 기본기를 배우는 과정을 생략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28mm, 생각보다 답답한 광각
숫자만 보면 28mm는 충분히 넓어 보입니다. 하지만 사진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시원한 풍경 사진이나 카페 같은 좁은 실내에서 전체 공간을 담고 싶을 때, 28mm는 종종 아쉬움을 남깁니다. 많은 표준 줌렌즈들이 24mm부터 시작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4mm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공간감은 생각보다 큽니다. 소니 24-105 G 렌즈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죠. 물론 발로 움직여 구도를 조정할 수 있지만, 물리적으로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첫 렌즈는 다양한 구도를 시도하며 자신만의 화각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한데, 28mm라는 시작점은 그 경험의 폭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F2.8의 함정, 가변 조리개
‘F2.8로 시작한다’는 말은 매력적이지만, ‘F5.6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 렌즈는 줌을 당길수록 조리개가 어두워지는 가변 조리개 렌즈입니다. 아래 표를 보면 화각에 따라 조리개 값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 초점 거리 (mm) | 최대 개방 조리개 (F값) |
|---|---|
| 28-30 | 2.8 |
| 31-42 | 3.2 |
| 43-53 | 3.5 |
| 54-77 | 4.0 |
| 78-112 | 4.5 |
| 113-146 | 5.0 |
| 147-200 | 5.6 |
이것이 왜 문제일까요? 첫째, 입문자들이 가장 원하는 사진 중 하나인 ‘배경 흐림'(보케)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인물 촬영을 위해 200mm로 줌을 당기면 조리개는 F5.6이 되어 생각만큼 배경이 흐려지지 않습니다. 둘째, 실내나 해가 진 후의 저조도 환경에서 셔터 속도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망원으로 갈수록 흔들림에 취약해지는데 조리개까지 어두워지니, 사진이 흔들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이는 행사 촬영이나 공연 촬영 시 큰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탐론 28-75mm F2.8이나 소니 24-105mm F4 G 렌즈처럼 고정 조리개 렌즈는 줌을 해도 조리개 값이 변하지 않아 노출 제어가 훨씬 쉽고, 의도한 심도 표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화각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는 ‘만능’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입문 시기에는 렌즈의 제약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50mm 단렌즈 하나만 사용하면 원하는 구도를 잡기 위해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피사체와의 거리, 배경과의 관계를 고민하게 되고 사진의 기본기가 탄탄해집니다. 하지만 28-200mm 같은 슈퍼줌 렌즈는 발줌 대신 줌 링을 돌리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합니다. 28mm 광각의 왜곡 특성이나 200mm 망원의 압축 효과 같은 각 화각의 고유한 특징을 몸으로 느끼고 배울 기회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편리함이 오히려 사진 실력 향상의 발목을 잡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렌즈가 좋은 첫 렌즈일까?
탐론 28-200이 나쁜 렌즈라는 의미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사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서브나 여행용으로 사용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나는 훌륭한 렌즈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사진의 세계에 발을 들인 입문자에게는 다른 선택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1. 표준 줌렌즈 F2.8 고정 조리개
가장 추천하는 조합입니다. ‘탐론 28-75mm F2.8 Di III VXD G2’나 ‘시그마 A 24-70mm F2.8 DG DN’ 같은 렌즈는 전 구간 F2.8 고정 조리개를 통해 안정적인 셔터 속도 확보와 아름다운 배경 흐림을 경험하게 해줍니다. 화각의 제한을 통해 표준 화각대에서의 구도 잡는 법을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습니다.
2. 광범위 표준 줌렌즈 F4 고정 조리개
하나의 렌즈로 좀 더 다양한 화각을 경험하고 싶다면 ‘소니 FE 24-105mm F4 G OSS’가 훌륭한 대안입니다. F4 고정 조리개는 F2.8만큼 밝지는 않지만, 전 구간에서 일정한 노출값을 유지할 수 있어 촬영 편의성이 높습니다. 특히 24mm의 시원한 광각은 탐론 28-200이 주지 못하는 만족감을 선사할 것입니다.
3. 밝은 단렌즈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사진의 본질을 배우고 싶다면 35mm나 50mm F1.8 단렌즈로 시작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밝은 조리개 값으로 어두운 곳에서도 자유롭고, 환상적인 배경 흐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줌이 되지 않는 불편함은 여러분을 더 많이 움직이게 하고,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들어 결국 사진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탐론 28-200mm는 분명 다재다능하고 매력적인 렌즈입니다. 하지만 그 다재다능함이 입문자에게는 오히려 사진의 깊이를 배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첫 렌즈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진의 기본 원리를 충실히 배울 수 있는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현명한 투자입니다. 렌즈를 선택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찍고 싶은지, 사진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먼저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